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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 쓴 노동법/노동법 이해를 위한 Q&A

노동법 Q&A 1 -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해야 될 '근로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이유·근거는?

by CPLACAT 2020. 4. 6.

이하 포스팅은 부산대 노동법 수업에서,

질문받은 내용과 그 답변을 수정한 내용입니다. 

 


 

Q. 최저임금이 정해져 있지만, 여러가지 상황에 의해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최저임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계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 난이도가 매우 낮다거나 처리업무가 매우 적은 경우....)

이때 최저임금을 강요하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안 쓰게 되고 근로자는 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해야 될 근로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이유는, 그 근거는 뭔가요?

 

A.

 

 

 

1. 노동법의 탄생 배경

 

  • 계약자유의 원칙

원래 계약은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를 '계약자유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법'이 계약관계를 정하는 기본법이며,

시민법이라고도 합니다.

 

시민은 로마 시민을 생각하면 되는데,

보편적인 인간이 아닌, 어느 정도의 재산, 지적능력을 보유한 채

국가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합리적 인간을 전제합니다.

당연히 계약조건을 변경하거나 결정하는 것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 근로자 계급의 탄생

하지만 노동법의 근로자는 민법 시민과는 다릅니다. 

 

역사적으로(지금은 다르지만),

노동자 계급은 대부분 스스로의 의사가 아닌

봉건사회 붕괴, 수공업·농업기반 사회에서 공업사회로의 전환,

자본의 축적, 국민국가 출현 등

외부요인에 의해 강제로 노동자가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 전통적인 농업사회가 붕괴되고,

토지조사사업으로 농업사회에서 분리(=유리)

민중이 도시로 흘러들어가 빈민계층,노동자계층이

되었던 역사적 사실이 이 과정에 해당합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일할 사람은 많은데, 일자리는 부족했습니다. 

공급-수요 법칙에 따라 임금은 갈수록 낮아지지만,

근로조건은 계속 나빠졌고, 심지어 위험한 일을 하다가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 국가의 근로계약 개입

국가는 처음에 이러한 상황을

전통적인 민법관점에 따라 '방치'합니다. 

하지만, 자국민인 노동자의 희생은 

노동력 재생산측면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인 데다가,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근대국가 이념에 맞지 않아 결국 노동계약에

개입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합니다.

(다만, 근대 국민국가들은 소모적인 노동력을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찾게 되고

이후 많은 식민지 국가의 민중이 동일한

고통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던

학자 중 한명이 카를 마르크스입니다.)

 

 

 

 

 

2. 노동법의 운영원리와 변화 

 

  • 국가개입의 근거

당사자 의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꿔서 이야기하면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관계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에

상호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계약이라는

전제 자체를 의심한다는 뜻입니다.

 

시민법은 대등한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전제하는데, 

이것이 깨져버린 상황에서,

계약의 결과물만 놓고 정당하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입니다.

 

때문에 국가는, 사용자-근로자의 계약 내용 중

최소한의 근로조건 보장’과 관련된 내용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가 아닌 국가표준을 따를 것을 강제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이 '근로기준법'입니다.

부가적으로 임금근로자가 대략 2천 만 명이므로

국가가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 형사처벌수단 선택

강제성을 포함하고 있기에,

위반했을 때를 대비한 조치가 있어야 하고

그 방법으로 우리나라 근기법은 형사처벌을 선택했습니다.

 

, 근기법은 근로계약에서 당사자 의사보다

국가표준을 일괄적으로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이보다 높은 조건을 설정할 경우 관여하지 않지만

낮게 설정하는 것은 공동체 질서를 해치는

범죄로 간주해 처벌합니다. 

 

 

  • 현대 노동법의 변화

노동법은 기존 시민법과 민법 이념을

수정하면서 등장하였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이 전통적인 노동법 배경이라면

* 전통적인 노동자상 - 공장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일하는 근로자면서, 본인수입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해고당하면 온 가족의 생존이 문제되는 상황 전제

 

현대 노동법은 근로자 종류, 근로계약 형태가

너무 다양하다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 노동자 중에는 본인의 기능·역량을 바탕으로

사용자에 비하여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노동자도 있습니다.

사업장 정시 출퇴근이 아닌 재택근무·유연근무도 있어 

국가가 최소한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한다는

프레임 자체가 안 맞는 느낌도 있습니다.

앞으로 노동법의 고민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CPLACAT 이재현

부산, 남명 고용노동연구소

공인노무사/강사/컨설턴트

cplaca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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